아무도 못 만든다던 부품, 한국이 만들어버렸다 – 1993년 창업부터 1조원 계약까지

자동차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가 있다. 독일 부품이 세계 최고라는 통념, 그리고 그 통념을 깬 대구의 작은 회사 이야기다. 오늘은 토크컨버터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자동차의 심장 같은 부품 하나가 어떻게 한국 제조업의 자존심이 됐는지 풀어보려 한다.



컨테이너 박스 창업 

1993년, 대구의 한 공단에 컨테이너 박스 두어 동을 놓고 시작한 회사가 있었다. 현대차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창업자는 국산차에 핵심 부품이 없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세운 회사가 지금의 한국파워트레인이다. 시작은 초라했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전량 수입의 시대 

당시 토크컨버터는 엔진의 힘을 변속기로 부드럽게 전달하는 정밀 부품인데,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난이도 때문에 독일과 일본이 20년 넘게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한국은 이 부품을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국산화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깔려 있었다.



국내 최초 국산화 

그런데 1995년, 창업한 지 불과 2년 만에 이 회사가 국내 최초로 토크컨버터 국산화에 성공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대기업도 아니고 정부 지원을 크게 받은 것도 아닌 중소기업이 해외 기술 의존을 끊어낸 사례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9단 개발 

이후 기술력은 계속 쌓여갔다. 결정적인 순간은 세계 최초로 전륜 9단 자동변속기용 토크컨버터를 개발했을 때다. 100년 역사의 독일 ZF조차 갖지 못한 기술을 대구의 중소기업이 먼저 만들어낸 것이다. 이 대목은 단순한 기술 자랑이 아니라 꾸준한 R&D 투자가 만든 결과라는 점에서 곱씹을 만하다.



ZF의 1조원 러브콜 

그 결과 독일 ZF는 이 회사와 8년간 약 1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갑을 관계가 뒤바뀐 셈이다. 이 부품은 이후 크라이슬러, 혼다, 재규어, BMW, 벤츠 같은 브랜드에 간접적으로 들어가게 된다. 수입만 하던 나라가 수출하는 나라로 바뀐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세계 1위 카펙발레오 

2017년에는 프랑스 발레오와 손잡고 합작법인 카펙발레오를 세웠고, 단숨에 연산 960만대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그동안 1위였던 일본 엑시디를 넘어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지금은 매출 7천억원대, 임직원 6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했고 전동화 부품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 제조업이 주는 교훈 

요즘 독일 미텔슈탄트, 그러니까 독일의 강소기업들이 고령화와 에너지 비용, 공급망 충격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 많다. 반면 한국 부품기업들은 이런 틈을 타 오히려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이 회사의 30여 년 역사를 보면, 결국 기술은 규모가 아니라 시간과 투자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히 쌓아온 기업이 결국 시장의 판을 바꾼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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