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레스토모드? 그거 결국 돈 많은 사람들이 옛날 포르쉐에 수억 쓰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그랬어요. 싱어(Singer), 알파홀릭스(Alfaholics)처럼 이름난 레스토모드는 거의 다 포르쉐 911이나 알파로메오를 다시 만든 차였죠.
그런데 2024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차가 레스토모드로 나왔습니다. 1975년부터 1996년까지 생산된 재규어 XJS입니다. 스포츠카라기보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영국 신사의 GT'에 가까웠던 그 차가 660마력 슈퍼차저 V12를 달고 돌아왔어요.
이름은 TWR 슈퍼캣(Supercat). 이 글에서 제원, 가격, 디자인, 실제 시승 반응까지 한 번에 정리해 드릴게요.
1. TWR이 어떤 회사길래?
이 차의 가치를 알려면 만든 회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TWR은 톰 워킨쇼 레이싱(Tom Walkinshaw Racing)의 약자예요. 1970년대에 세워진 레이싱 엔지니어링 회사입니다.
- 1988년 르망 24시 우승 (재규어 XJR-9)
- 80년대 유럽 투어링카 챔피언십에서 재규어 XJS로 활약
- 재규어 XJ220, 애스턴마틴 DB7, 볼보 C70 쿠페 개발 참여
- 르노 클리오 V6, 사브 9-3 비겐 개발 관여
한마디로 '실력은 이미 증명된 팀'입니다. 지금은 창업자의 아들 퍼거스 워킨쇼(Fergus Walkinshaw)가 이끌고 있는데요. 회사를 되살리면서 고른 첫 작품이 아버지가 레이스에서 몰았던 바로 그 차, XJS였습니다.
2. TWR 슈퍼캣 핵심 제원 (순정 XJS와 비교)
| 항목 | 재규어 XJS V12 HE (순정) | TWR 슈퍼캣 |
|---|---|---|
| 엔진 | 5.3L V12 자연흡기 | 5.6L V12 슈퍼차저 (드라이섬프) |
| 최고출력 | 285bhp @ 5,500rpm | 660bhp @ 7,600rpm |
| 최대토크 | 431Nm @ 3,000rpm | 730Nm @ 5,350rpm |
| 최고 회전수 | 6,500rpm | 7,750rpm |
| 변속기 | 3단 자동 | 6단 수동 |
| 공차중량 | 1,770kg | 1,605kg (약 9.3% 감량) |
| 차체 | 스틸 모노코크 | 스틸 모노코크 + 튜블러 스틸 보강 + 전 패널 탄소섬유 |
출력은 두 배가 넘게 올랐는데 무게는 오히려 165kg 줄었습니다. 숫자만 봐도 '외모만 바꾼 차'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죠.
엔진은 순정일까, 새것일까?
TWR은 이 엔진을 '자체 설계'라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리뷰 영상에서는 블록과 헤드의 뿌리는 재규어 V12이고, 거기에 손을 아주 많이 댄 형태라고 설명합니다.
- 배기량 5.3L → 5.6L 보어업
- 크랭크 밸런싱, 헤드 포팅·폴리싱, 밸브트레인과 빌릿 캠 교체
- 드라이섬프 윤활 방식 적용
- 슈퍼차저 장착
부드러움이 장점이던 재규어 V12를 고회전에서 울부짖는 엔진으로 바꿔 놓은 거예요.
3. 디자인: 카이질 살림 × 매그너스 워커
디자인은 카이질 살림(Khyzyl Saleem)이 맡았습니다. 인스타그램 @the_kyza로 유명한 디지털 카 디자이너이고, 고(故) 켄 블록, 트래비스 파스트라나와도 작업한 적이 있죠. 렌더링으로 이름을 알린 그가 실제 차를 처음부터 디자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어반 아웃로(Urban Outlaw)'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포르쉐 커스터마이저 매그너스 워커(Magnus Walker)가 디자인 컨설턴트로 참여했습니다.
디자인 포인트
- 와이드바디: 원래도 큰 XJS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진행자 말로는 XJ220보다 겨우 1인치 좁다고 해요.
- 플라잉 버트레스: 원래 XJS는 막힌 버트레스였는데, 슈퍼캣은 C필러 사이가 뚫려 있습니다.
- XJ220 스타일 레이싱 주유구, 덕테일 스포일러, 대형 디퓨저
- 에어로 디스크 휠 (첫 프로토타입에 적용)
- 사이드 출구 티타늄 배기: 디퓨저 때문에 뒤쪽에 달 자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 후미등은 순정 XJS 부품을 그대로 씁니다. 리뷰 진행자에 따르면, 전용 후미등을 개발하고 인증까지 받으면 차값이 크게 오른다는 걸 알고 일부러 순정을 남겼다고 해요. 소비자 가격을 낮추려는 선택이었다는 겁니다.
4. 실내: 레이스카와 GT 사이
- 6단 수동 기어와 레이스카용 페달박스. 힐앤토가 정말 편하다는 평이에요.
- 스티어링·엔진 반응을 나눠 고르는 주행 모드 (트랙 모드 포함)
- 런치 컨트롤, 단계별로 조절하는 트랙션 컨트롤
- 알파인 헤드유닛 (애플 카플레이 지원)
- 순정 XJS 느낌을 살린 계기판, 순정 도어 핸들과 유리
- 가죽, 알칸타라, 탄소섬유 등 실내 소재를 거의 무제한으로 맞춤 제작 가능
리뷰어들은 센터 콘솔 소재가 조금 '양산 전 느낌'이 난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래도 차체가 XJS 기반이라 실내는 넓고 편안하다는 평가예요.
5. 실제로 타보면 어떨까? (Throttle House 시승 반응)
캐나다 자동차 유튜브 채널 Throttle House의 두 진행자가 직접 몰아봤습니다. 반응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재규어인 줄 알았는데 레이스카다": 클러치와 조작감이 예상보다 훨씬 즉각적이고 물리적이라고 했어요.
- 사운드: 시프트다운 블립과 배기 팝콘 소리, 불꽃까지. 배기구가 시트 바로 아래 있어서 진동이 몸으로 그대로 전해진다고 합니다.
- 브레이크: 레이스카처럼 꾹 밟아야 제대로 섭니다.
- 트랙션 컨트롤을 끄면: 뒤가 미끄러지면서 자리를 잡는데도 차가 안정적이라는 평이에요.
- 한 줄 평: 랩타임이 아니라 '재미'에 모든 걸 건 레스토모드의 정석.
진행자 한 명은 운전을 마치고 "손이 떨린다"고 했습니다. 다른 진행자는 "이런 차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받았죠. 레드라인이 무서워야 진짜라는 거예요.
굿우드에서의 기록
슈퍼캣은 2025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 힐클라임에도 나갔습니다. 타임드 슛아웃 결선 기록은 55.98초였고, 'New Classics' 클래스에서 1위를 했어요. 우승을 다투는 차는 아니었지만, 소리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차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6. 가격과 생산 대수: 왜 88대일까?
| 시작가 | £225,000 (세전, 기증차 XJS 비용 별도) |
| 원화 환산 | 약 4억 원대 초반 (환율에 따라 변동) |
| 계약금 | £35,000 (빌드 슬롯 확보용) |
| 생산 대수 | 88대 한정 |
| 판매 시장 | 영국·미국·유럽·아시아·중동 (좌핸들/우핸들) |
88대라는 숫자는 1988년 르망 24시에서 TWR 재규어 XJR-9이 우승한 것을 기리는 의미입니다.
시작가는 세전 기준이고 고객마다 사양이 전부 다릅니다. 그래서 실제 출고가는 이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어요. 리뷰 영상에서도 옵션을 포함하면 50만 달러가 넘는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그래도 싱어 911이나 알파홀릭스 같은 경쟁 레스토모드와 비교하면 '그나마 덜 비싼 편'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마감 품질은 그 차들과 같은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함께 나왔어요.
7. 정리: 슈퍼캣이 특별한 이유
재규어 브랜드는 지금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재규어의 레이싱 역사를 함께 쓴 TWR이 슈퍼차저 V12와 수동변속기를 단 XJS를 내놓았어요.
아이러니하면서도 상징적인 일이죠. 대형 제조사들이 거의 손을 놓은 '순수하게 스릴만 좇는 차'를 열정 있는 소규모 팀이 끝까지 밀어붙여 만든 결과물이니까요.
TWR은 이미 다음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차가 나오면 또 정리해 드릴게요.
※ 이 글의 제원과 가격은 TWR 공식 발표와 해외 매체 보도, Throttle House 리뷰 영상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실제 사양과 가격은 고객 맞춤 옵션, 세금,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리뷰 진행자의 발언은 개인 의견입니다.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