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가 끝까지 지킨 자연흡기 12기통
요즘 슈퍼카들은 대부분 전동화를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페라리 12칠린드리는 정반대 선택을 했다. 배터리도 모터도 없이 순수한 V12 엔진 하나로 승부를 본다. 이름부터가 이탈리아어로 12기통이라는 뜻이니, 브랜드의 자존심을 그대로 담은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고집이 오히려 반갑다. 다운사이징이 대세인 시대에 이런 차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830마력 엔진, 스펙을 뜯어보다
12칠린드리에는 6.5리터 자연흡기 12기통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은 830마력이고, 9,250rpm에서 나온다. 최고회전수는 9,500rpm까지 올라간다. 일반 승용차 엔진이 보통 6천 rpm 근처에서 멈추는 걸 생각하면 완전히 다른 세계다. 차를 밀어주는 힘도 만만치 않다. 최대 69kgf·m의 힘을 낸다. 쉽게 말하면 저속에서도 무겁게 밀어붙이는 힘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0-100km/h 3초, 체감상 어느 정도일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 정도다. 최고속도는 340km/h를 넘는다. 숫자만 보면 감이 잘 안 오는데, 웬만한 레이싱카급 가속력이라 보면 된다. 신호 대기 중 옆에 서 있다가 출발하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타보면 몸이 시트에 눌리는 느낌이 상당히 강하다는 후기가 많다.
812 컴페티치오네에서 물려받은 기술들
이 엔진은 페라리 812 컴페티치오네에 쓰인 것과 같은 계열이다. 회전하는 부품 무게를 줄이려고 커넥팅 로드도 가볍게 만들었다. 크랭크샤프트 소재도 새롭게 바꿔 무게를 더 줄였다. 여기에 4륜 조향 기능도 들어간다. 코너를 돌 때 뒷바퀴도 함께 방향을 틀어주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무게는 줄이고 반응 속도는 높인 셈이다. 휠베이스도 이전 모델보다 20mm 짧아져서 코너링이 더 예민해졌다.
6억 넘는 가격, 그래도 팔리는 이유
가격은 6억 4,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결코 가벼운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 차를 찾는 사람은 꾸준하다. 순수 자연흡기 12기통이라는 헤리티지 자체가 희소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정판인 마누알레 에디션은 전 세계 1,499대만 생산된다고 한다. 체감상 이런 차는 스펙보다 상징성을 사는 소비에 가깝다고 본다. 앞으로 이런 엔진을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질 걸 생각하면, 지금이 오히려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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